[중앙]세계적 철학자 7명 릴레이 인터뷰 ① 시리즈를 시작하며

철학/세계철학대회 2008. 3. 5. 23:20
 
세계적 철학자 7명 릴레이 인터뷰 ① 시리즈를 시작하며
 
중앙일보·세계철학대회 조직위 공동기획 - 생각의 힘!
이명현 한국조직위 의장 “문명 전환기엔 새 틀 필요 생각의 힘으로 세상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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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대전환점에 서있어요. 19세기 근대문명을 리드한 서양 앞에 그동안 동양은 꼼짝을 못했어요. 동양이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는 이 시기에 새로운 문명을 전망하는 철학적 논의의 장이 서울에서 펼쳐지는 의미가 상당히 커요.”

‘2008 서울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의장 이명현(65)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올해는 가장 바쁘면서 보람있는 한해가 될 듯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철학 전공자이지만 그는 동양 전통의 음양 개념을 매우 중시했다.

“우리가 대회를 유치할 때만 해도, 서양철학자들은 동양에 종교만 있지 무슨 철학이 있느냐, 동양에서 무슨 철학대회를 하느냐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이번 대회가 서양인에게도, 우리 동양인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될 것입니다. ”

이 의장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된 존재인 인간의 생각은 상황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철학이 절대적 진리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다양성을 용인하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고 했다. 철학도 시대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의 인터넷 아이디는 ‘noism’이다. no+ism(이념), 즉 어떤 극단화된 입장이나 이념에 구속되기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이 의장은 군부독재를 비판하다 전두환 정부에 의해 서울대 교수직을 해직당했었고, 김영삼 정부에선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철학이란 용어부터 새로 정의해 달라.

“철학이란 결국 문법이다. 인간과 세계를 열어보기 위한 틀이자 행동의 준거다. 각 시대마다 맞는 문법이 있다. 문명의 전환기에 ‘신(新)문법’이 필요하다. 영원한 진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변한다. 나는 줄곧 ‘곳때봄’이란 말을 철학의 의미로 사용해 왔다. 어느 곳에서, 어느 때에, 어떻게 봤나 하는 것이 철학이고 사상이라는 의미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된 존재다. 조건화된 인식(conditioned epistemology)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철학이 갑자기 쉬워진 느낌이다.

“과거의 철학은 너무 거품을 많이 만들었다. 인간이 신이나 될 수 있는 것처럼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자기의 분수를 점차 알게 됐다. 철학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끼리 사용하는 용어가 어려워서 그렇지, 사실 철학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생활인에게 철학이 어떤 삶의 안내 역할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경제를 전문으로 내세운 대통령이 당선됐다. 경제와 철학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일반인들에게는 경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중앙일보 기획 시리즈와 세계철학대회가 우리 문명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 보다 큰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경제적 향상만이 아닌 우리 삶 자체가 업그레이드되는 성찰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 실용주의가 유행이다. 정확한 철학적 의미는 뭔가.

“미국에서 시작된 프라그마티즘을 일본에서 실용주의로 번역했고 우리가 따랐지만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프라그마티즘의 희랍어 어원인 프라그마는 실천과 실제를 의미한다. 물리 이론으로는 실험을 통해 실증을 해보는 것을 가리킨다.”

-생각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현재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문제는 환경 위기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하원의원이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가 한 토론에서 중동문제의 해답을 묻는 질문에‘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중동 문제는 기름 전쟁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면 환경문제도 해결 안되고 석유전쟁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 동아시아 철학의 장점은.

“지금까지는 같은 것끼리 사는 데 익숙했다. 이제는 다른 것과의 공존을 존중하는 새 질서가 필요하다. 그런점에서 음양 개념은 동양의 중요한 유산이다. 음과 양은 다르지만, 음이 없으면 양이 없고 양이 없으면 음이 없는 관계다. 서로 다른 것들이 상대방이 안 가진 것을 보충해주는 보완관계이자 상생관계를 표현한다. 그런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 오늘날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의 사고를 지배한 변증법은 다른 것은 반대이고, 모순이며, 없어져야 할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서양철학 전공자이면서 동양적 가치에 상당히 열려있는 듯하다.

“ 우리 학계의 가장 큰 병폐가 바로 전공병이다. 20세기가 분과 학문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융합을 통한 새로운 창조를 지향하는 시대다. 다른 것이 아름답다 . 다른 것을 아름답다고 보는 시각으로 바뀔 때 세계가 아름다워질 것이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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