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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리룰

사용안함/短想 2008. 3. 2. 00:26
  • 달릴 수 없는 소녀 위해 농구 규칙을 바꾸다
  • 미국을 감동시킨 '카일리 룰'
    사우스 다코타주 디 스멧市 골육종 앓는 11살 소녀
    카일리 동료가 파울당했을때 자유투 전담 슈터로 뛰게
    주대항 대회서도 이 규칙 적용
  • 김동석 기자 ds-kim@chosun.com
  • 입력시간 : 2008.02.28 23:43
    • 올해 11세인 소녀 카일리 패스티언(Cylie Pastian)의 농구 기록에는 가로채기 어시스트 리바운드 블록슛이 모두 '0'으로 표시돼 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이 미국 소녀는 다른 선수들처럼 코트에서 뛰어다니지 않는다. 벤치에 앉아 다른 아이들을 응원하고 경기 기록을 적는 것이 주 임무다.

      그러나 이 아이가 경기 기록지를 내려놓고 코트에 나가서 자유투 라인에 설 때가 있다. 그러면 관중은 홈팀과 원정팀을 불문하고 일제히 열광적인 찬사와 응원을 보낸다. 소녀는 환호 속에 유유히 자유투를 던지곤 다시 벤치로 돌아가 기록원의 임무를 시작한다. 묘한 것은 소녀의 자유투가 실패해도 아무도 리바운드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투가 성공하건 실패하건 공격권은 상대팀에 넘어간다.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의 작은 도시 디 스멧(De Smet)에 가면 이런 이상한 규정의 농구경기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카일리의 오른쪽 다리뼈에서 악성종양 골육종이 발견된 것은 2년 전이었다. 카일리는 대퇴골 일부를 들어내고 티타늄 철판을 박아 넣는 대수술을 했다. 의사들은 "수술 부위가 약하기 때문에 신체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 지난달 대회에서 자유투 라인에 서서 림을 겨냥하는 카일리. 불독스 팀은 육체적 접촉이 제한된 카일리가 자유투 전담 선수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카일리 규칙’을 만들었다./Argus Leader 제공(美사우스 다코타주 수 폴스 지역언론)
    • 농구를 좋아했던 소녀는 휠체어를 타고 친구들이 뛰는 훈련장으로 구경 나왔다. 수술에서 회복한 카일리는 휠체어를 벗어나 걸을 수도 있게 됐다. 오랫동안 병상과 휠체어에 의지했던 카일리는 친구들과 함께 코트에서 뛰고 싶었고 공을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처지였다. 농구처럼 몸이 부딪치는 경기는 너무 위험했다.

      이때 카일리가 다니는 디 스멧 학교 불독스 농구팀의 한 사람이 묘안을 냈다.

      "카일리에게 자유투만 맡기면 어떨까?" 신체접촉 없이 농구에 참여시키려는 아이디어였다. 불독스 농구팀의 친구들은 일제히 "좋은 생각"이라고 환영했다.

      감동적인 '카일리 룰(rule·규칙)'은 이렇게 탄생했다. 자유투는 파울을 당한 선수가 던지는 것이 농구의 기본 규칙(국제농구연맹 농구규칙 7장43조). 그러나 카일리 룰에 따르면 '골육종에서 회복 중인 선수'는 파울당한 선수를 대신해서 자유투를 던질 수 있다. 카일리는 자기의 이름을 딴 '카일리 룰'에 따라 동료가 파울을 당하면 코트로 나와서 자유투를 던지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카일리 룰은 지난달 말 사우스 다코타주의 수 폴스(Sioux Falls)시에서 5개주 9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주 대항 농구대회에서도 채택됐다. 카일리의 불독스와 상대한 어느 팀도 지금까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카일리는 자유투를 맡으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자기 탓에 팀이 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또래 친구들의 성원 속에 '자유투 전담 슈터'의 자리를 맡았고 지금까지 '자유투 8개 연속 성공'의 개인 기록도 세웠다.

      카일리 룰을 통해 사람들은 아마추어 스포츠의 본질을 재발견했다. 카일리의 친구들은 "카일리 규칙은 우리를 한 가족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진짜 자매가 된 것 같다"고 했고 카일리의 어머니도 "상대팀 관중이 카일리에게 갈채를 보낼 때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고 했다. 스포츠에는 승리와 명예보다 더 값진 것도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 친절, 우정과 같은 단어들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 카일리 규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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